골든 브라운 

“갈색은 종종 구원과 새로 오는 사랑을 위한 오랜 인내와 숭고한 기다림으로 감동에 빠뜨린다. 그리고 갈색은 고통 없는 삶, 진부한 것들 사이에서 빛나는 고귀함이다” – 시인 장석주

갈색(褐色)은 ‘거친 모직’, ‘굵은 베의 빛깔’이라는 뜻으로, 서양에서는 어두운 색상과 빛나는 품질을 의미하는 게르만어 brûnoz, brûnâ 에서 유래되었다. 영어 단어 brown(브라운) 또한 이 단어에서 유래되어 14세기부터 갈색의 의미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갈색은 이미 BC. 4만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이집트의 무덤, 동굴벽화 등에서 그림으로 발견되었다. 산화철과 산화망간의 화합물인 천연 점토 안료이자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안료 중 하나인 ‘엄버(umber)’로 흑갈색 피부의 여성 혹은 동물과 꽃병 등을 표현하는데 사용되었다. 

* 엄버: 철이나 망간의 화합물로 천연적으로 생산되는 흙에서 만들어지는 안료 

또한, 갈색은 밝고 뚜렷한 색상을 선호하였던 르네상스 이후 예술가들에 의해 많이 활용되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카라바조(1571–1610)와 렘브란트(1606–1669)같은 예술가들이 어둡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의 갈색을 활용하여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효과를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키아로스쿠로:  음영법, 광선에 의해 나타나는 묘사 대상의 밝고 어두운 관계를 화면 위에 표현하는 기법 

갈색은 생명의 어머니인 대지의 색상이다. 비옥한 땅과 잘 성장한 나무를 상징하는 가을의 중심색상으로, 수확, 풍성한 열매, 편안함, 성숙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갈색은 녹색과 더불어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색상이라는 인식을 주면서도, 커피, 초콜릿, 홍차 등과 연관되어 클래식한 고급스러움, 자연스러움, 온화함의 느낌을 준다. 원색의 생동감은 없으나 쉽게 싫증나지 않는 색상이다. 더불어 겸손, 소박함, 침착함, 안정감을 선물하는 색상이다.

반면, 갈색은 느린 파장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생명력의 감소와 쇠퇴의 이미지도 포함한다. 경제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녹색이 친환경과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상징한다면, 갈색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고(高)탄소 에너지 산업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날 변화하는 성장산업의 패러다임을 간접적으로 의미하는 색상들이다.

보안, 안전, 편안함, 안락함의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는 갈색은 지나치게 사용했을 경우 자칫 둔하고 지루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의 변화를 통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색상도 갈색이다. 가벼운 갈색 톤으로 깔끔한 친근함과 개방감을 줄 수 있으며, 중갈색 톤으로 자연, 건강식품, 농산물을 연상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짙은 갈색 톤의 경우, 골드 또는 크림 색상과 믹스 매치되면 세련되고 전문성 있는 컬러 팔레트로의 효과도 가질 수 있다.

한편, 체내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는 지방 중 ‘갈색지방’이라는 지방이 있다. 과잉 영양분으로 몸에 축적된 백색지방과는 반대로, 체내 열을 발생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저장된 에너지를 열로 소모 시켜 체중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방이다. 참고로 사과껍질, 콩, 파프리카, 고추 등의 항산화 음식과 규칙적인 반신욕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켜 건강한 바이오리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컬러 심리학 관점에서 갈색은 안락함, 편안함, 중립적인 침착함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점점 더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계절에 맞는 색상으로, 요기보는 슈가 브라운, 초코 브라운 두 버전의 브라운 컬러를 제안하고자 한다. 요기보는 정서적 안정감을 통해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며, 한 시인의 표현처럼 오는 사랑을 위한 오랜 인내와 숭고한 기다림의 계절을 고귀함 속에서 즐기길 기대해본다.